의대생 전원 복귀 선언, 의사 양성체계 정상화 과제 산적

 

의대생 전원 복귀 선언, 의사 양성체계 정상화 과제 산적

17개월 만의 복귀,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해 2월부터 이어진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가 1년 5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했던 전국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하면서, 장기화된 의정 갈등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 그러나 이것이 곧 ‘의사 양성체계 정상화’로 이어지리란 기대는 섣부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문제라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온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및 교육위원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복귀 방침을 밝혔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를 믿고 복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복귀는 학사일정과 제도적 특례가 필요하다. 복귀한다고 해도 정상적인 교육과정 이수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복귀는 선언했으나…제도적 장벽에 막힌 현실

현재 의과대학 대부분은 학년제를 운영 중이라 복귀 의사를 밝힌다고 해서 당장 수업에 복귀할 수 없다. 예과생 일부는 계절학기 등을 통해 수업을 보충할 수 있지만, 본과생은 최소 40주 이상 수업 이수가 의무여서 실질적인 복귀는 내년 3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또 있다. 본과 4학년은 국가고시 응시 요건인 임상실습을 마치지 못해 올해 9월 시험을 치르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대학이 특례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이미 복귀한 학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의대협은 “학사 일정 정상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수업과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중잣대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시설 인프라 부족, 교육 질 저하 우려 여전

의대 교육 정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프라 부족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따라 신·증축 예정이던 국립의대 건물들은 여전히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설계·시공을 동시에 발주하는 턴키 방식이 국토부 심의에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으면서, 8개 대학의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나머지 대학들 역시 공간 검토 지연 등으로 진척이 없다.

결과적으로 9개 국립의대 21개 건물의 신·증축 계획이 멈춰선 상태다. 이는 곧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인증과 직결된다. 의평원은 입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6년간 평가를 진행한다. 불인증을 받으면 학생들은 졸업해도 국가고시 응시가 불가능하다. 이미 울산대, 원광대, 충북대가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았다.

의대 교수들 역시 “현재 교육 환경으로는 증원된 학생을 수용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강의실, 도서관, 기숙사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하고, 결국 교육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 여론 싸늘…사과 없는 복귀 논란

의대생 복귀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도 싸늘하다. ‘정부가 의료계 요구에 굴복했다’는 비판 여론이 여전하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휴학은 본인 의사로 했던 일인데 특혜성 조치를 해선 안 된다”며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는 동안 환자들의 피해가 컸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책임 있는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복귀 학생들은 최소한 국민과 선배 의대생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뒤늦게 복귀하면서 학사 일정을 자기 입맛대로 바꾸려 한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국민적 반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학사 유연화 논의 중…갈등 봉합 가능할까

교육부는 각 대학과 협의해 복귀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복귀 시기, 방식, 학사 유연화 여부 등이 쟁점이다. 하지만 성급한 유연화 조치는 교육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교육부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일회성에 그칠 리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 의료계의 집단행동, 교육 시스템의 미비 등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성찰과 개선 없이 넘어간다면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복귀 선언으로 갈등은 잠시 봉합됐지만, 의료계와 정부, 대학 모두에게 아직 숙제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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