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에 등장한 19세 슈퍼스타…이하느리, 실험과 감동으로 데뷔를 증명하다
국악계에 등장한 19세 슈퍼스타…이하느리, 실험과 감동으로 데뷔를 증명하다
젊은 작곡가 이하느리가 19세의 나이에 선보인 첫 국악 작품이 클래식과 국악계를 동시에 뒤흔들었다. 6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된 ‘언셀렉티드 앰비언트 루프스 25-25(Unselected Ambient Loops 25-25)’는 전통 국악기를 중심으로 한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관객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 파격적 형식과 감각적인 음향 실험은 ‘천재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형식을 해체한 7악장 구성…4분의 침묵마저 음악으로 만든다
이하느리의 작품은 통상적인 국악관현악의 흐름을 완전히 비틀었다. 45분에 이르는 전체 연주는 총 7개 악장으로 구성됐으며, 그 가운데 4악장은 아예 연주 없이 ‘4분간의 침묵’을 들려주는 ‘인터미션’으로 채워졌다. 이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연상시키는 시도이기도 하며, 청중에게 단순한 휴식을 넘어 감각의 재정비와 ‘음악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무대에 오른 이하느리는 “한 호흡으로 긴 곡을 쓰지 못해 악장을 나누었다”며 솔직한 설명을 내놓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운 집중력과 호흡으로 이어졌다. 특히 1·2·3악장과 5·6·7악장을 두 개의 완결된 그룹으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청각적 쉼표를 넣은 구성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관객의 직감적 반응 “미쳤다”…이하느리는 감각으로 작곡한다
공연 중 객석에서 들려온 “미쳤다”는 탄성은, 단순한 칭찬 이상의 감각적 반응이었다. 이하느리의 음악은 이론적 설명보다는 청각을 통해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가야금과 해금, 아쟁 등 전통 국악기의 울림을 각기 독특하게 활용하면서, 그것이 전통이라는 감옥에 갇히지 않고 ‘루프(loop)’라는 현대적 개념 안에서 반복, 변형, 해체되는 방식은 마치 전자음악이나 앰비언트 사운드를 국악으로 재현한 듯한 감각을 전달했다.
특히 ‘인트로덕션’이라는 1악장은 폭발적인 타악기 사운드와 함께 시작되며 관객의 이목을 단숨에 끌었고, 이후 이어지는 느린 악장과의 대비는 드라마틱한 전개로 이어졌다. 이는 아직 10대에 불과한 작곡가가 이미 ‘무대 구조’와 ‘청중 반응’을 정교하게 계산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작곡가로서의 자각과 한계 인식…“국악의 소리를 다 담지 못해 아쉽다”
이하느리는 작품에 대해 “작업 기간이 촉박했고, 국악기의 모든 특성을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 고백은 오히려 작곡가로서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이 평소 다루는 양악기들과 국악기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차이를 음악적 실험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앞으로 그가 어떤 방식으로 국악을 해석하고 재창조해 나갈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단순히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동시대성을 교차시키는 ‘창작 국악’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 적임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과 상주 작곡가로 협업…‘지속 가능한 실험’의 시작
이하느리는 김현섭, 이고운 작곡가와 함께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첫 상주 작곡가로 위촉됐다. 이는 그가 단발성 실험을 넘어서 장기적인 창작의 장을 확보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올해로 창단 60주년을 맞아 상주 작곡가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정기 공연과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신작을 발표할 계획이다.
7월 3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그의 신작 ‘As if…….I’가 세계 초연될 예정이다. 이는 이하느리가 단순히 ‘천재 신인’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성숙한 음악가로 자리잡기 위한 본격적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종합 평가: 이하느리, 국악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슈퍼스타의 자격
이하느리의 데뷔는 단순한 신인 작곡가의 등장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과 실험, 전통과 파격, 직관과 논리를 모두 품은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다. 그는 국악이라는 장르를 ‘전통의 보존’이 아니라 ‘감각의 재창조’로 접근하며, 그것을 대중의 귀에 온전히 전달하는 능력을 이미 입증했다.
그의 다음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할지, 또 국악이라는 고유한 언어를 통해 어떤 글로벌 감성을 말하게 될지는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분명한 것은, 이하느리는 단순한 기대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름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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