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는 주4.5일제 시행 중"…현실이 되어가는 노동시간 혁신

 

"이미 우리는 주4.5일제 시행 중"…현실이 되어가는 노동시간 혁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중심으로 주4일제와 주4.5일제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점차 산업 현장에서 실험되고 있으며, 특히 유연한 근무문화와 높은 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기술 기업들이 그 선두에 서 있다.

카페24, SK텔레콤…“우리는 이미 금요일 쉰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는 다음 달부터 매주 금요일을 휴무로 지정, 사실상 주4.5일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급여는 그대로 유지되며, 부득이한 출근 시에는 대체휴가가 주어진다. 이는 고용 유지와 복지를 동시에 고려한 파격적인 실험으로, 구성원들의 워라밸 만족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주4.5일제의 효시는 SK텔레콤이었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매달 둘째·넷째 금요일을 휴무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6000만원에 이르는 만큼, 고임금 구조 속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이 실현 가능하다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연차 소진 없이 월 2회 금요일 휴무를 허용하며,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출근, 주32시간 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토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ICT 업계 전반이 유연근무제를 적극 채택하며, 근무 방식의 혁신을 현실화하고 있다.

여론은 긍정적…“휴식이 생산성 높인다”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9명(86.7%)은 주4.5일제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가장 큰 이유는 ‘워라밸 보장’과 ‘업무 효율성 증대’였다.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임금이 줄더라도 주4.5일제가 보편화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평균 7.7%의 임금 감소도 감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쉬고 싶다’는 감정적 요구가 아니라, 재충전을 통한 업무 효율성 제고와 건강 관리, 자녀 돌봄 등 실질적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4일제, 모두의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직장이 ICT 업계처럼 높은 자율성과 생산성을 바탕으로 한 유연 근무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 13.3%의 응답자는 주4.5일제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으며, 그 주된 이유로는 ‘임금 삭감’, ‘업무 강도 증가’, ‘산업 간 박탈감’ 등이 꼽혔다.

특히 제조업, 서비스업 등 교대 근무가 필수적인 업종이나 중소기업은 주4.5일제 도입에 상대적으로 높은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이는 결국 제도의 도입 자체보다, 각 업종에 맞는 맞춤형 유연근무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치권·정부도 동조…노동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당대표 시절부터 주4.5일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으며, 고용노동부도 관련 정책 방향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제도적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법제화 과정에선 산업별 특성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가장 현실적인 도입 방안으로는 ‘월 2회 월요일 휴무’,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무조건 휴무’ 등 단계적 시행이 제안되고 있으며, 전면적 도입보다는 점진적 확산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종합 평가: 시간의 재편, 일의 재정의

주4.5일제는 단순한 ‘휴일 증가’가 아니다. 그것은 노동의 개념 자체를 다시 묻는 질문이다.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그 결과를 공정하게 분배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인재를 유치하고 조직 문화를 혁신할 수 있는 전략이자, 정부에겐 지속 가능한 경제와 삶의 질을 조화시킬 정책 과제다. 주4.5일제는 ‘복지’가 아닌 ‘경쟁력’의 문제로 이해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그리고 지금, 일부 기업은 이미 그 미래를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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